[UX 리서치] 비대면 사용자 인터뷰, 이렇게 하세요 (1)

Iyus sugiharto @Unsplash

 

비대면 시대의 UX 리서치

얼마 전, 야놀자가 상시 재택근무 종료를 선언했다. 생산성이 떨어졌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 시대는 온라인의 효율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오프라인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었다. 지난 3년 간 곳곳에서 비대면 전환 시도가 이어졌고, 코로나19의 위력이 잦아든 지금은 그 효율이 증명된 곳만이 비대면 원칙을 남겨두고 있다. UX 리서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맞이한 건 사용자 인터뷰(user interview)였다.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것이 핵심인데 만날 수 없다니! 그야말로 본질이 흔들리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사람들은 곧 줌(Zoom)을 활용하는 데 익숙해졌다. 비용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산업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비대면 사용자 조사를 빠르게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를 주요 연구 방법으로 한 논문이 학술대회에 발표되기도 했다. 그 다음은? 코로나19가 사라지다시피 한 이 시점에도 비대면 인터뷰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대면 vs. 비대면 인터뷰

 

비대면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의 대체재가 아니다.
비대면의 강점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그 자체로 얼마든지 강력한 사용자 조사 방법이 될 수 있다.

'UX 좀 한다' 하는 사람이면,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Google Analytics나 Mixpanel처럼 데이터에 기반해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이 있지만, 사용자 인터뷰는 양적 자료만으로는 알 수 없는 인사이트를 발견하고, 패턴에 숨은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필수적이다. 나의 첫 사용자 인터뷰 경험은 마케팅을 공부하던 학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소비자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인뎁스 인터뷰(in-depht interview)를 했던 것이 인터뷰어로서 첫 데뷔였다. 당시에는 인터뷰를 한다고 하면, 시간 약속을 잡고 근처 카페든 학교든 직접 사용자(고객 또는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비대면 사용자 인터뷰가 보편화된 지금은 약속 시간에 줌 링크를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심각했던 대학원 초반에는 대부분의 사용자 인터뷰를 비대면으로 진행했고, 석사 졸업 논문을 쓸 즈음에는 (공간에 따른 경험의 차이를 연구한) 연구주제 특성상 대면을 병행하기는 했지만 역시 비대면 조사를 주로 진행했으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대면과 대면을 적절히 병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내가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 인터뷰를 해보면서 느낀 점은, 비대면 인터뷰는 대면 인터뷰의 대체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흔히 비대면 인터뷰라고 하면 대면에 비해 사용자의 비언어적 행동을 알아채기 어려워 해석에 혼란을 줄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참여도도 낮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면 인터뷰라고 해서 이것이 꼭 보장되는 것도 아닐 뿐더러, 비대면 인터뷰에는 그에 상응하는 장점도 분명 존재한다. 중요한 것은 각 방법의 장단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인터뷰의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비대면 인터뷰가 대면 인터뷰에 비해 가지는 강점을 알고 이를 잘 활용한다면 비대면 인터뷰는 얼마든지 강력한 사용자 조사 방법이 될 수 있다.

 

집중과 확장의 힘, 비대면 인터뷰

 

비대면 인터뷰의 핵심은 집중과 확장, 두 가지다.
제3자로 인한 방해요소를 줄일 수 있고,
다양한 온라인 툴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 인터뷰 대상자는 '모니터'만을 바라보고 있다.

확장: 인터뷰 진행자는 그 모니터에 '무엇이든' 띄울 수 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비대면 인터뷰의 두 가지 핵심, 집중과 확장이다. 지난 여름, 대면 인터뷰를 위해 서비스 사용자와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을 때의 일이다. 음료를 주문하고 간단한 아이스브레이킹을 한 뒤, 막 본격적인 인터뷰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그때 진동벨이 울렸다. 아차 싶었다.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는 한 템포 천천히 갔어야 하는데, 잠깐 깜빡한 사이 인터뷰 흐름이 끊겨버렸다. 그래도 아직 인터뷰를 시작하지는 않았으니 다시 호흡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 15분쯤 지났을까, 이번에는 옆 테이블의 아이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인터뷰 진행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으나, 모른 체 하며 지나갈 수 있는 수준도 아니었기에 괜히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가 많이 피곤한가 보네요, 하하". 애써 태연한 척 질문을 이어나가며, 속으로는 다음 파트로 넘어갈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간단한 카드소팅 세션이 준비되어 있었다. 혼자만의 눈치싸움을 이어가다 소음이 잦아들 때쯤 준비한 것들을 꺼냈다. 우리 서비스의 기능이 하나씩 적혀있는 포스트잇 카드였는데, 이를 그룹으로 묶는 것이 인터뷰 대상자가 해야 할 주요 과제였다. 공간적 제약을 고려하여 모든 기능이 아닌 주요 기능 중심으로 카드를 준비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카페 테이블에서는 벅차게 느껴졌다. 결국 완성된 카드 묶음은 사용자의 설명 없이는 뒤죽박죽 섞여보이기만 했다. 어찌어찌 잘 마무리는 하였으나 회사로 돌아가면서도 어찌나 찜찜하던지...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준비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당시 인터뷰는 2주를 공들여 준비한 것이었다. 스크립트 작성은 물론, 너무 조용한 장소에서 1:1 인터뷰를 진행했을 때 사용자가 위축되는 것을 수없이 봐왔던지라 적당히 밝고 약간의 백색소음이 있는 카페를 선택한 것이었고, 사전답사를 통해 테이블 위에 몇 개 정도의 카드가 올라갈 수 있을지도 미리 파악해 두었었다. 그러나 아이의 투정 소리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이나, 미리 봐둔 자리에 앉지 못하게 되는 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만약 비대면 인터뷰였다면 어땠을까? 사용자는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 없는 공간에서 모니터만을 바라보며 앉아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의 갑작스러운 투정 소리도 없었을 것이고, UX리서치를 위한 온라인 카드소팅 툴을 사용해 모든 기능에 대해 공간적 제약 없이 자유롭게 카드소팅을 해냈을 것이다. 이처럼 비대면 인터뷰는 사용자를 모니터에 집중시킬 수 있고, 온라인 툴을 활용해 인터뷰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음에는 이 두 가지 장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비대면 인터뷰 원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