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X 대학원 진학기(2) - 어떤 대학원에 가야 할까

Matthew Ansley @Unsplash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고 싶은 연구 분야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나의 경우에는 후자였다. 전자라면 원하는 연구 분야를 중심으로 관련 논문을 찾아보고, 관련 분야 교수님을 중심으로 찾아보면 될텐데 나는 그렇지 않았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생각이라고는, 이왕 대학원에 가는 거 유명한 교수님이나 졸업생 네트워크가 탄탄한 곳에 가고 싶다는 것 정도였다. 정보가 더 필요했고, 일단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 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당연히 구글링이었다. UX 대학원이나 UX 석사, 이런 키워드로 검색했다. 꽤 잘 정리해놓은 블로그들이 나왔다. 하지만 몇몇 게시물은 오래되어 해당 랩이 존재하지 않거나 관리되지 않은 듯한 곳도 있었다. 그래서 각 대학원이나 랩실 홈페이지에 들어가 UX를 다루는 과가 있는지, 어떤 분야를 주로 연구하고 있는지 일일이 살펴보았다. 서울대부터 연, 고, 서, 성, 한...모두가 아는 순서대로 확인해보고, 여기에 디자인으로 유명한 대학교나 앞서 찾은 블로그에서 자주 등장한 대학교를 추가로 찾아보았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잡혔다.

 

다음으로는 학부 교수님께 면담을 신청했다. UX 수업을 따라다니며 들었던 게 도움이 되었다. 관련 분야에 아는 교수님들을 몇 분 추천해주셨고, 나보다 먼저 UX 대학원에 진학한 선배들의 전화번호도 알아낼 수 있었다. 한 선배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커피챗을 요청했고, 또 그 선배를 통해 다른 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른 선배 두 명 정도와 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확실히 교수님이 알고 계신 것보다 살아있는, 솔직한 답변을 얻어낼 수 있었다. 전반적인 UX 학계의 분위기와 최근 아웃풋뿐만 아니라 특정 랩실 교수님의 인품이나 연구비 수준 등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만 도는 '카더라' 형태의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구글링이나 홈페이지를 통해 봤던 정보들 중에 의문이 생겼던 내용들도 많이 물어봤다.

 

컨택을 해보자.

이쯤되니 어느 정도 가고 싶은 학교나 학과, 또는 교수님이 대충 정해졌다. 이제 해당 학교의 교수님을 컨택할 차례. 면담을 요청하기 전에는 교수님의 최신 연구를 찾아보고, 그 연구와 관련지어 컨택 메일을 보냈다. 참고할 누군가를 위해 간략하게 적어보자면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저는 어디 소속의 누구고, UX 대학원 진학과 관련해 관심 있는 연구 분야를 찾아보던 중 교수님의 연구를 보던 중 관심이 생겨 연락을 드린다. 교수님께 지도 받고 싶고, 대학원 진학 및 학업과 관련해 여쭤보고 싶은 것이 많아 면담을 요청드리고 싶다. 혹시 저에 대해 더 궁금하실까 하여 그간 공부해왔던 이력(이수과목이 포함된 성적증명서)과 관심 분야를 담은 포트폴리오를 첨부드린다."

 

물론 답장이 없는 경우도 많고, 개인 컨택은 받지 않는다는 교수님들도 계시니 거절 당하더라도 상처 받지 말아야 한다.

 

면담은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 보다는 교수님과 인간적인 케미가 잘 맞는지 알아보는 시간이다. 이미 나와 있는 정보들은 다 알고 있고, 연구비 같이 민감한 주제는 꼬치꼬치 캐묻기 어려운 분위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재학생들에게 물어보는 게 더 확실하다. 그래도 얻을 정보는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있으신지, 관심 있는 연구 분야는 무엇인지, 앞으로 하고자 하는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 교수님의 머릿속에만 있는 비전을 알아본다면 나의 방향성과 잘 맞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진짜 지원서류를 작성하는 것이다.

 

*참고할 사이트

• HCI 연구실 디렉토리: http://labs.hcikorea.org/html/lab_list.html

HCI 대학원 연구실 디렉토리 사이트

내가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 생긴 사이트라 나는 별 도움을 받지 못했지만, 분명 구글링의 수고를 덜어줄 수 있는 사이트라 주변에 국내 HCI/UX 대학원을 진학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항상 공유하곤 한다.